VR 현황[챕터2]

2023. 12. 11. 23:10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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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하지만 3D TV와 VR 기술은 같은 선상에서, 혹은 유사한 선상에서라도 비교하기 힘들다. 3D TV는 일반 TV 시청과 3D 입체화 두 기능을 동시에 하도록 만들어졌으며 시장의 경쟁자는 3D 기능이 없는 그냥 TV들이었다. 안경을 써야하는 불편함, 3D 기능을 넣느라 화면이 어두워져서 그냥 TV 역할도 제대로 못하던 단점, 콘텐츠의 미흡으로 고객들은 굳이 3D 기능에 돈을 지불하는 것을 꺼렸다. 얼핏보면 3D TV가 일반 TV에 비해서 열등했던 단점들은 현재 VR 기기들이 가지고 있는 단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기존의 VR에 대한 비관적인 여론에서는 특이하게도 가상현실 기기의 경쟁자를 모니터로 보거나, VR 기기가 평면 모니터의 발전형이라고 생각하는 사례를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3D TV vs 2D TV의 구도처럼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vs 평면 디스플레이의 대결을 연상시킨다. 그리하여 3D TV가 패배했듯이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의 VR 기기 또한 몰락할 것이라고 추론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VR 기기는 평면 디스플레이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 VR 기기는 현재의 컴퓨터 장비들과 공존하는 것이 가능하다. VR 기기는 지금의 컴퓨터 장비들이 간접적으로 따라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세계의 모방을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는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 조합에 너무 숙련되어서 마치 경력 있는 카레이서가 자신의 애마를 운전하는 것처럼 키보드와 마우스를 자유롭게 다룬다. 익숙함에 가려져서 눈치를 못 채서 그렇지, 키보드와 마우스는 결코 인간의 물리적 상호작용에 최적화된 주변기기가 아니다. 모니터 또한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으로 제일 좋은 화면, 화면비는 현실처럼 크기에 제한이 없는 화면이다.



디지털 콘텐츠, 특히 게임은 끊임없이 현실의 상호작용을 다른 방식으로 치환하여 모방하려고 했고, 그러한 과정이 수십년 반복되며 소비자들에게 학습되었다. 현재 게이머들이 생각하기에, 움직이는 것은 마우스인데 회전하는 것은 게임 상 캐릭터인 사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WASD 이동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지금 존재하는가?

하지만 하드한 플레이에 익숙한 게이머들은, 해당 장르의 게임을 거의 접하지 않았다든가, 그런 컴퓨터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 빠르고 정교한 마우스 조준 방식의 비직관성에 도저히 적응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VR 기술은 여러 개발자들의 도움을 통해 다듬어지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훨씬 인간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기 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VR의 이점을 제대로 살려 정착된 장르가 하나 있는데, 바로 레이싱/운전 장르이다. 운전게임 특성상, 가만히 앉아서 운전대와 페달을 밟는 게임이다 보니 HMD를 사용하기 용이할 뿐더러, 1인칭 모드로 플레이 할 시 시야각이 좁다는 문제를 VR로 완전하게 해결이 가능하다. 게다가 유명한 운전게임들 상당수[12]는 VR 모드를 지원한다. VR로 플레이 하는 것이 모니터를 보는 것보다 유리한 몇 안되는 장르. 아무리 VR 사업이 망하더라도 시뮬레이션 성향이 강한 이러한 분야에서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저런 운전 장르를 제외한다면 다른 장르에서는 몰입감 향상 이외의 이점을 얻기가 힘들다. 몰입감과 현실성은 더 우위에 있을지라도, 정확성과 신속성을 모니터, 마우스, 키보드 조합을 이기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나 게임콘텐츠의 매출 상위권에 있는 게임들 상당수는 온라인 게임들인데, 온라인 게임들은 어차피 매일보는 환경이라서 오히려 가시성을 위해 그래픽옵션을 낮추고 하는 일도 잦기 때문에 몰입감이라는 이점은 사실상 무의미해진다는점도 큰 걸림돌이다. 몰입감을 살리는 콘텐츠라고 하더라도 한번 하고나면 흥미를 잃기 쉬운 콘텐츠라는 점도 덤이다.

특히나 현시점의 VR 기술들은 모든 움직임을 평범한 사람의 움직임 수준으로 제한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상당수 액션이 들어간 게임들은 주인공을 아무리 무력하게 만들어도 사람치고는 대단한 능력을 보이는데, VR에서는 그조차도 힘들다. 만들 수 있다고 해도 플레이어가 멀미때문에 감당을 못한다. 세키로 같은 역동적인 액션게임은 개발하기 어렵다는 이야기. 시뮬레이터나, FPS 장르들이 VR 게임 중 주류인 이유.

애초부터 실패한 신기술들은 대체로 1세대에서 벗어나는데 실패하고 몰락했다는 IT계의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자. 앞으로 가상현실 기기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게, 성능 등의 기술적 요소만이 아니라 가격, 콘텐츠 제공, 마케팅 등등 외적인 요소의 부족함을 극복해야 한다.

현재 VR 게임 시장은 PC 시장에 비하면 그 통계를 굳이 구하는 게 무의미할 만큼 적은 점유율을 기록한다. 이는 VR 기기를 구매하기에는 콘텐츠에 비해 필요 이상으로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더욱이 PC VR의 경우 VR게임은 초당 90프레임을 찍어야 멀미가 나지 않기 때문에 고사양 PC를 필요로 하는 점도 소비자에겐 더 큰 부담이다.

이에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는 고사양 PC를 요구하고 가격이 비싸다는 두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SNS 사업으로 벌어들인 자본을 VR 기기와 콘텐츠 개발에 쏟아부으며 VR 대중화를 위한 개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저커버그의 사업 확장의 새로운 플랜이 바로 VR 산업인 것이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PC가 필요하지 않는 Oculus Quest를 399달러에 출시하였으며, 이후에 Oculus Quest보다 더욱 높은 성능과 299달러라는 낮은 가격에 Oculus Quest 2를 출시하기도 했다.

특히 퀘스트 2에 경우 2020년 4분기 전세계 판매량이 약 110만대로 VR 헤드셋 판매 기록 신기록을 갱신하는 기념을 토하기도 했으며, 2월 2일부터 SK텔레콤에서 퀘스트 2 판매를 시작한지 5시간만에 1차가 완판되는 등 VR 대중화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한편 VR 시장에 콘텐츠가 없는 이유는 VR 게임 제작비가 일반 게임의 두 배 가량 되기 때문에 제작사 입장에서도 마진이 남기 힘들기 때문이다.들어가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스팀을 포함한 VR 콘텐츠들은 대부분 매우 저질이다. 물론 스팀에서 인디 개발자들에게 문을 활짝 열었을 때도 몇년동안은 전반적인 콘텐츠의 질이 차마 눈뜨고 봐줄 수 없을 만큼 떨어졌지만, 그런 핑계는 접어두고 말하더라도 현재 많은 VR 콘텐츠에는 쉽게 고쳐지기 힘든 근본적인 결함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잡 시뮬레이터, SUPERHOT VR, 애리조나 선샤인, 비트세이버 등의 질 높은 게임들이 많이 팔렸지만그 중 몇몇은 VR 게임의 범주가 아닌 게임 자체의 평가는 대작 게임이라기에는 완성도가 그리 좋지 못한 편이다. 인터페이스가 충분히 연구되지 못하여 VR 게임 개발자들이 VR 기기가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지 정확히 감 잡지 못하는 것이다. 이전 VR 게임 중에서 돋보적 1위가 자리 이동이 없는 비트세이버였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심지어 AAA 게임 개발사 조차도 PC 게임의 컨트롤 방식을 별 다른 고민 없이 그대로 VR 게임으로 옮기니까 단순히 버튼을 누르며 위치를 이동하기만 해도 3D 멀미가 발생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이다.

이에 게임 개발자도 PC 개발의 방식을 그대로 가지고 오는 태만함을 버리고 새로운 VR만의 인터페이스를 구축하여 대체 불가능한 경험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둠이 그랬고 하프라이프가 그랬듯이. 그리하여야만 VR 기술이 현실세계와 가상현실의 불완전했던 연결고리를 새롭게 맺어 매력적인 성공 사례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전까지 VR이 넘어야할 벽으로 가격과 콘텐츠 시장이 지목되었다. 하지만 현 시점으로 VR 게임의 혁신과 가능성을 하프라이프: 알릭스에서 볼 수 있으며, Oculus Quest 2로 여타 비슷한 시기 콘솔보다 싼 가격으로 VR의 대중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평이 많으며, 실제로 이루어지는 중이기도 하다. 또한 VR다운 VR 게임들과 기존 IP들을 이용한 독점작들 또한 공개되면서 VR 시장에 생기가 조금씩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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